<오프닝>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의 척추수술 증가율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무서워하는 질병은 암과 고혈압 다음에 디스크라는 여론조사 결과와도 일맥상통하는 얘깁니다.
그러나 많은 의사들은 디스크를 포함한 척추질환의 치료는 수술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간단한 수술이라는 주위의 말을 믿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변압기 제조업을 하는 54살 송흥섭씨는 28년 전 허리수술을 받은 것이 못해 후회스럽습니다. 거듭된 수술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허리를 제대로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송씨가 허리수술을 받은 것은 한창 젊은 때인 26살 무렵. 중장비를 다루다 그만 허리를 다친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다친 허리는 갈수록 통증이 심해졌고 급기야 주위의 권유로 당시 유명하다는 의사로부터 수술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송흥섭: "그 때 수술을 안하고 계속 요양을 했으면 몇 개월 동안 했으면 나았을지 모르는데, 친구
들이 디스크 수술하면 빨리 낫는데 왜 그렇게 고생하고 누워있냐, 빨리 털고 일어나지 않고..."
그러나 통증은 다시 찾아왔고 이렇게 해서 시작된 수술은 지금까지 무려 5차례. 이제 송씨는 얼마 전 받은 수술이 마지막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인터뷰> 송흥섭: "제가 친구들에게도 많이 하는 얘긴데, 지금 아프다고 수술하지 마라. 한번 수술하고 난
뒤 후회를 많이 한다. 수술 후 통증은 넌 참지를 못할 거다."
맥주상자를 들다 허리를 다쳐 척추수술을 받은 김모씨. 재수술까지 받았지만 상태는 오히려 악화됐습니다.
<인터뷰> 허리 디스크 수술 환자: "내일 수술하자 그러더라구요. 수술하면 금방 나을테니까.? 무엇때문에 아직까지 고생하고 돌아다니느냐고...그래서 수술을 했는데, 결국....."
수술을 한 것을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최근 몇년 사이 척추질환을 수술로 치료하는 바율은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집계 결과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동안 척추질환 환자수는 27.4% 늘어난 데 반해 척추수술은 61%나 급증했습니다.
척추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들 가운데 수술을 받는 비율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임옥 (박사 / 국민건강보험공단 책임연구원) : "원래 통계적으로 2%에서 많이 해 봐야 10% 정도의 사람만 수술을 하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증가율이 굉장히 많이 높아지는 것으로 봐서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냐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죠."
척추수술환자들을 연령대별로 보면 젊은층보다는 노인층으로 갈수록 그 증가율이 훨씬 높습니다.
특히 일흔살 이상 노인들의 경우 3년동안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노인성 척추질환 환자가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척추수술이 늘어나는 또 다른 원인은 새로운 수술기법의 도입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인터뷰> 어환 (박사 /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과장) : "또 척추 질환에 대한 치료 방법에 대한 여러가지 기구나 시술들이 상업화되면서 많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가 나오면 그것보다 더 나은 방법들이 자꾸 나오고 해서 자꾸 여러 기구나 시술들이 보급되기 때문에 척추수술이 뜬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결국 새로운 수술기술이 도입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몇년 사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척추수술 전문병원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임옥 (국민건강보험공단 책임연구원) : "워낙 수술의 요인들은 의료기술의 증가라든가 의사의 수의 증가라든가 여러 가지 요인이 같이 작용을 하기 때문에 딱히 무슨 요인이다라고 정확하게 꼬집기는 좀 어려울 수 있지만 최소한 이것이 질환자체의 증가폭 이상의 뭔가가 있을 것 같고 이것이 의료기관의 수라든가 이런것과 굉장히 관련 있어 보이고요."
현재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만 각각 16군데의 척추수술 전문병원이 있습니다.
지난 2004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동안, 이들 병원에서 이뤄진 척추수술은 같은 기간에 전국 병원에서 이뤄진 척추수술의 2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이한 것은 그 가운데 한 병원이 지난 2002년 1월부터 2005년 9월까지 시행한 척추수술 건수가 같은 기간 전국에서 이뤄진 척추수술의 10%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이 병원의 지방 분원까지 합하면 그 비율은 15%로 늘어나 다른 병원들의 7.5배를 넘습니다. 결국 척추수술은 이들 전문병원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최원철 (박사 / 우리들병원 의무부원장) : "병상 이용률이라든지 의사 인력을 비교하면 적어도 산술적으로는 거의 5배에서 10배 수술이 많아야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희 병원에 오시는 7,80대 노인분들은 일단 마음을 먹고 오십니다. 의사가 수술하라고 그러면 수술할 마음을 먹고 오시거든요."
그렇다면 유독 이들 병원 중심으로 척추수술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강남지역에 퍼져 있는 척추수술 전문병원들은 이른바 신기술 사용에 보다 적극적인 병원들입니다. 그렇지만 신기술은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되지 않는 비급여 부분이 많습니다.
<인터뷰> 장훈재 (박사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앙상근심사위원) : "몇 개 병원, 척추전문으로 하시는 몇 개의 병원에서는 비급여 부분을 많은 포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꼭 옳은 것만은 아니라고 저희 심사위원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남에 있는 척추병원이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의료계 내에서도 신기술 사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신기술 사용이 돌이킬 수 없는 의료사고나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어환 (박사 /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과장) : "근데 가장 중요한 건, 그런 시술들이 아직 장기적인 경과들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의사들한테 빨리 도입되고 그것이 환자들한테 바로 적용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척추수술이 늘면서 소비자보호원이나 시민소비자단체에 척추수술과 관련된 피해구제 신청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미경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2국 의료팀) : "주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게, 수술을 해도 호전이 전혀 없다, 효과가 없다는 부분이고, 수술하고 난 다음에 바로 또다시 디스크나 허리질환이 재발되었다 라는 내용을 가지고 제일 많이 접수하게 되고, 그 다음에는 수술하는 과정 중에 신경손상이나 장애가 발생했다, 더 증상이 악화됐다 그러한 부분을 가지고 주로 접수하고 있습니다."
택시에서 짐을 내리다 허리 디스크를 앓게 된 30살 문모씨는 병원에서 레이저 척추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수술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문모씨 (디스크 수술 수 의료사고) : "통증이 있을까봐 안에다가 마취제를 조금 더 넣어놨대요.? 그래서 한 3일 있다가 마취제가 이렇게 오래가요? 그랬더니 왜요? 그래서 힙을 만지는데 내몸을 내가 만지는데 감각이 없다. 그랬더니 진짜요? 그러면서 돌아누어보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몰라요. 그 선생님
이 만지는데도.? 그래서 휠체어 타고 외래 그 선생님 보는데 가서 바늘로 찔렀는데도 감각이 없었어요."?
수술 이후 하체마비 증세와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문씨는 병원으로부터 약간의 보상을 받긴했지만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고통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73살 김인기씨는3년전 골다공증성 압박골절로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골시멘트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년 뒤 다른 부위에서 다시 골절이 발생해 다른 병원에서 같은 수술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남철 (김인기 씨 아들) : "이거는 수술도 아닌 시술로 간단한 거다 해서 저희 가족들은 그 말만 믿고 전적으로 병원에 믿음을 갖고 수술을 지켜봤죠.? 근데 그때 당시엔 괜찮았는데, 거의 한달 쯤 해서 아버님이 거의 기동을 못하시는 그 정도가 돼 가지고..."
결국 세균감염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고 그 후유증 등으로 인해 통증에 시달리다가 종국에는 하체가 완전히 마비됐습니다.
<인터뷰> 어환 박사 : "수술은 다른 치료법으로 모두 해결이 안 됐을 때 마지막으로 수술해서 어떻게 치유해서 고통을 해결시켜 보자는 뜻으로 시행이 돼야지, 한번 수술해서 간단히 좋아지는 데 왜 고생하시냐고 이렇게 간단히 넘길 치료법이 아니에요."
지난 2003년에는 척추질환을 치료하는 유명 의과대학교수들이 '척추포럼'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과잉진료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습니다. 이 모임의 뜻에 찬성하는 의사들이 하나둘씩 늘어 지금은 24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어환 (박사 / 척추포럼 회원) : "사실 대개 의과대학 교수들로 이뤄져 있고 정형외과나 신경외과에 척추를 전공하는 교수들로 이뤄졌는데, 대개 다 공감하기를 너무 좀 무분별하게 척추수술이 시행되고 있구나 라는 것에 뜻을 같이 했습니다. 그래서 야, 이게 의사들의 문제도 있겠지만 어떤 시술이나 수술받을 때 환자가 올바르게 이해 못하고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시술이나 수술을 받는게 아닌가 해서 사실은 우리 의사의 자정도 있지만 환자에게 올바른 시술을 받게끔 알려드리려고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보전적 치료냐 수술이냐의 최종선택은 소비자인 환자가 해야하지만 올바른 선택을 위한 여건과 선택의 폭은 극히 제한돼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인터뷰> 강태언 (의료소비자 시민연대 사무총장) : "소비자 중심에서의 의료행위들이 이뤄지지 못하고 공급자 중심, 또 정부의 시스템 편의주의에 입각해서 행위들이 이뤄지다 보니까 상당히 의료 소비자들의 인권침해 부분이 심각하게 손상당하는 경우가 있고, 그러다 보니까 사고에 많이 노출되게 되구요..."
<인터뷰> 김춘진 (국회 상임위원회 보건복지위원) : "수술은 최후의 치료방법이 되어야 합니다.그러나 현실은 환자와 의사 모두가 손쉬운 수술방법을 많이 선택하고 있습니다. 수술을 대체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다양한 치료방법을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과 의료법개정을 조속히 추진하겠습니다."
생활환경의 변화,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척추질환은 앞으로도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수술 남용으로 인한 세계 최고수준의 척추수술 증가율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되새겨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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